퇴근길 하루 마무리와 나태주 풀꽃 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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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퇴근길에는 짧은 문장 하나가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요즘 같은 날엔 이 말이 하루를 덜 미워하게 해주는 쪽에 가깝다.

퇴근길 풍경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은 회사 문을 나설 때보다 집에 돌아와 조용히 앉았을 때 더 선명하다. 밖에서는 아직 뭔가를 더 해야 할 사람처럼 걷고 있었는데, 신발을 벗고 나니 몸이 먼저 끝났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딱히 큰일이 있던 날은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은 했고, 중간중간 머리가 멈추는 순간도 있었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실까 하다가 그냥 물을 마셨다. 별것 아닌 선택인데도 피곤한 날에는 그런 데서 티가 난다.

퇴근하고 나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남아 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면 몇 줄 읽다가 멈추고, 휴대폰을 봐도 오래 붙잡고 싶은 건 없다. 그래도 그 시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루가 조금씩 식어가는 느낌이라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떠오른 시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짧은 시인데 바쁜 날 끝에 읽으면 마음이 조금 느슨해진다. 오래 보고 자세히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말이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닌 것 같다. 하루도 그렇고, 나 자신도 그렇고.

퇴근은 매일 반복되다 보니 별것 아닌 장면처럼 지나가지만, 생각해보면 하루를 끊어주는 꽤 분명한 선이다. 일하던 사람에서 다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 그 사이가 짧아 보여도 마음은 은근히 늦게 따라온다.

오늘은 뭔가를 크게 정리하기보다 그냥 여기까지 왔다는 정도로 남겨두고 싶다. 내일도 비슷하게 시작되겠지만, 오늘의 피곤함은 오늘 안에서 내려놓는 게 맞겠다. 시 한 편 읽고, 물 한 잔 마시고, 조금 일찍 누우면 충분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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