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도, 보고 지나가는 것이 있으면 그 하루는 비어 있지 않다.”
출근길에 하늘을 자주 보게 되는 날이 있다. 마음이 복잡해서라기보다는 그냥 걸음이 조금 느려지는 날. 햇빛은 흐릿하게 퍼져 있었고, 도시 소음은 늘 그렇듯 배경처럼 깔려 있었다. 이런 장면은 그냥 지나가면 금방 잊힐 것 같아서 사진으로 남겨뒀다.

아침에는 몸이 먼저 출근하고 정신은 한두 정거장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이 든다. 늘 걷는 길인데도 매번 완전히 같지는 않다. 어제는 그냥 지나쳤던 나무가 오늘은 눈에 들어오고, 어제는 눈부셔서 귀찮았던 빛이 오늘은 그럭저럭 괜찮게 느껴진다. 별일 아닌 차이가 하루 기분을 조금 바꿔놓기도 한다.

출근길 생각은 대부분 현실적이다. 오늘 해야 할 일, 어제 미뤄둔 것, 점심 메뉴 같은 것들. 그러다 가끔은 너무 급하게만 넘기지 말자는 생각이 지나간다. 회사에 도착하면 금방 흐려질 말이지만, 걷는 동안에는 꽤 그럴듯하게 느껴진다.
요즘은 책도 하나 빌려서 들고 다닌다. 도메인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인데, 아직 깊게 읽었다고 하긴 어렵고 틈날 때 조금씩 넘기는 중이다. 출퇴근길에 읽기엔 마냥 가벼운 내용은 아니라 속도가 빠르진 않다. 그래도 이런 책은 많이 읽는 것보다 중간중간 멈춰서 지금 하는 일과 연결해보는 쪽이 더 맞는 것 같다.

좋은 문구를 하나 골라보려고 했는데, 너무 거창한 말은 오늘 분위기랑 잘 안 맞았다. 그래서 그냥 출근길에 떠오른 문장을 적어두기로 했다. 천천히 가도, 보고 지나가는 것이 있으면 그 하루는 비어 있지 않다. 조금 덜 멋있어도 지금은 이 정도가 편하다.
평범한 출근길도 사진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의외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때의 날씨나 걸음 속도,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 같은 것들이 같이 따라온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장면들이 몇 개 있었고, 오늘 기록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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